왜 고급차가 먼저 전기차로 전환될까
*이 글은 외부 필자인 최원석님의 기고입니다. 지난 12월14일 도요타가 2030년 자사의 연간 전기차 판매목표를 기존 200만대에서 350만대로 대폭 늘렸습니다. 폴크스바겐·벤츠 등 유럽 회사나 GM 등 미국 회사는 이미 2030년에 자사 생산 차량의 절반 수준을 전기차로 바꾼다는 계획을 선언한 상태이지만, 도요타는 그동안 전기차에 소극적이었지요. 올해 초만 해도 도요타는 2030년의 전기차 판매목표를 설정하지 않았고, 올해 5월이 돼서야 겨우 자사 판매량의 20% 수준인 200만대의 전기차를 2030년 한 해 동안 팔겠다고 밝혔으니까요. 그런데 12월 14일 도쿄의 도요타 대형 전시장 '메가웹'에서 '도요타 배터리·EV에 관한 설명회'를 열고 EV시프트를 향해 빠르게 움직이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겁니다. (참조 - Toyota Reveals Full Lineup of Battery EVs: Toyota's Briefing on BEV Strategies) 이번 발표에서 중요한 것이 또 있습니다. 종래 목표인 '2030년 전기차 200만대'에는 전기차뿐 아니라 도요타가 미는 수소연료전지차가 포함돼 있었는데요. 이번에 수정된 '2030년 전기차 350만대'의 목표는 순수하게 전기차만 해당됩니다. 연료전지차는 빠진 거지요. 물론 도요타는 전기차뿐 아니라 하이브리드, 플러그인, 연료전지차, 바이오퓨얼 등 다양한 파워트레인을 소비자 요구에 맞게 제공한다는 '풀라인업 전략'을 고수하고는 있는데요. 이번 발표로 그동안 전기차에 미온적이었던 도요타에서조차 미래 파워트레인의 중심축이 전기차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죠. 그러면서 도요타는 2030년까지 전기차에 4조엔(약 42조원)을 투자하는데, 4조엔 가운데 2조엔(약 21조원)을 배터리에 쓸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지난 9월 발표에서 도요타는 배터리에 1조5000억엔을 투자한다고 밝혔는데, 불과 3개월 만에 투자비를 2조엔으로 33%나 늘린 것이지요. 그런데 이번 도요타의 발표 중 가장 쇼킹했던 것은 다른 데에 있었습니다. 자사의 고급차 브랜드 '렉서스'에 대해, 2030년까지 주력시장인 유럽·북미·중국에서, 2035년까지 모든 시장에서 100% 전기차로만 팔겠다고 밝힌 것입니다. 도요타가 EV 시프트로 전략을 바꿨다고는 해도, 전체 판매에서 비율이 가장 큰 건 아닙니다. 2030년에 1000만대를 판다고 가정할 때, 전기차 비율은 35% 수준이니까요. 그런데 렉서스 브랜드만큼은 전기차 100%로 하겠다고 못을 박은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