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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석
‘초기 비즈니스는 브랜드를 어떻게 만들어 나가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답하는 사람입니다. 디자인을 전공하고 12년간 6번의 창업을 했습니다. 크리에이티브와 비즈니스가 공존하는 관점의 브랜드 디렉팅(호스텔 개발), 브랜드 컨설팅(로컬크리에이터)을 거쳐, 지금은 브랜드 마케팅(크래프트 맥주)을 하고 있습니다. https://url.kr/4b7hrq
맛 vs. 비주얼 vs. OO?.. 성공하는 콜라보의 4가지 조건
*이 글은 외부 필자인 이광석님의 기고입니다. 우리나라 맥주, 아니 술 역사의 한 획을 그은 맥주가 있습니다. 곰표맥주인데요. 하이네켄, 칭따오, 카스와 같이 우리가 흔히 아는 대부분의 맥주는 제조사가 제품의 IP를 소유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너무 당연한 것처럼 들리지만 곰표맥주의 탄생 배경은 조금 다릅니다. 제조사가 제품을 만들고 유통사를 통해 판매하는 일반적 사례와는 달리 처음부터 IP사, 제조사, 유통사가 합작해 개발한 조금 특이한 맥주입니다. 대한제분은 레트로 열풍과 이전의 콜라보 성공 경험으로 '곰표'라는 '플랫폼' 보유하게 되면서 자사의 IP를 입힐 차기 제품을 찾고 있었습니다. 제조사인 세븐브로이는 1세대 수제맥주 회사로 제조/생산은 가능하지만 대중적 브랜드 인지도가 다소 아쉬웠고, 유통사인 CU는 엎치락뒤치락 GS25와 편의점 매출 1위 경쟁하다 보니 히트 상품이 필요했을 것입니다. 철저히 비즈니스 관점에서 보면 '환상의 콜라보'라 할 만하고, 맥주라는 제품 본연의 가치에서 바라보자면 '환장의 콜라보'가 아닐까 합니다. 맥주라는 술 자체가 워낙 오랜 역사를 지닌 만큼 수 백년의 역사를 가진 맥주 브랜드가 즐비한 현대 맥주 시장에서 고작 3년 차인 곰표맥주는 어떻게 역사에 족적을 남길 수 있었을까요. 곰표맥주의 족적
이광석
브랜드 컨설턴트
2023-11-30
제주마음샌드가 제주여행객의 마음을 사로잡은 ‘그것’
*이 글은 외부 필자인 이광석님의 기고입니다. 몇 년 전 제주를 휩쓸고 간 태풍이 있습니다. '제주마음샌드'입니다. 여행객들의 주머니를 그야말로 태풍처럼 휩쓸고 갔습니다. 초창기만큼은 아니지만 아직도 잘 팔리고 있는 걸 보면 아무래도 감귤초콜릿처럼 제주에 가면 꼭 사야 하는 기념품이 될 가능성도 보입니다. 제주마음샌드는 우도 땅콩 크림이 들어간 아기 손바닥만 한 크기의 디저트입니다. SPC의 파리바게뜨에서 내놓은 제주 한정 상품으로 제주 공항의 파리바게뜨에서만 살 수 있습니다. 제주를 찾는 여행객은 공항에 내리면 렌터카를 타러 가기 위해 발걸음이 바빠집니다. 여행객은 공항 입구에서 보이는 야자수나 'Hello Jeju'라 적힌 사인물 앞에서 사진 한 장 찍는 정도의 시간만 허락할 뿐 얼른 렌터카를 타고 제주 여행을 시작하고 싶어합니다. 그런 여행객들이 제주의 입국장에 위치한 파리바게뜨에서 마음샌드를 사기 위해 몇 시간씩 줄을 서서 대기합니다. 제주마음샌드는 제주 공항에 있는 파리바게뜨 매장 세 곳에서만 하루에 6만 2000개가 판매됩니다. 지루한 대기 시간을 버티면 살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하루 한정 수량만 판매하기 때문에 재고가 소진되면 발걸음을 돌려야 합니다. 입국할 때 실패한 고객은 제주를 떠나는 길에 다시 구매에 도전을 이어갑니다. 여행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그것'
이광석
브랜드 컨설턴트
2023-10-19
"무알콜맥주는 왜 맥주보다 맛있으면 안 되지?".. 지금 무알콜 시장이 변한 이유
*이 글은 외부 필자인 이광석님의 기고입니다. 임산부인 지인이 이런 말을 합니다. 술이 너무 마시고 싶어서 무알콜맥주를 사 마셔봤는데 안 먹느니만 못하다고요. 너무 맛이 없다는 겁니다. 무알콜맥주, 알코올만 빼야지 맛도 빼버리면 곤란합니다. '편견'에 관한 일화 하나를 소개합니다. 미국 MIT 대학교에 다니던 김형수는 시각 장애를 가진 조시(가명)라는 친구가 있습니다. 함께 수업을 듣곤 하는데 그때마다 조시는 김형수에게 시간을 물어보더랍니다. 그의 손목에는 시각 장애인을 위한 디지털시계가 있었지만 버튼을 누르면 음성이 나와 시간을 알려주다 보니 수업에 방해가 될 수 있습니다. 그뿐 아니라 굳이 자신이 시각장애인임을 주변에 알리는 것 같아 시계 버튼을 잘 누르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에 김형수는 조시와 같은 시각장애인들이 주변 눈치 보지 않고 사용할 수 있는 점자 시계를 개발합니다. 초기 제품을 완성한 후, 시각장애인의 평가를 듣기 위해 관련한 단체를 찾아다니는데요. 그곳에서 그는 뜻밖의 질문과 마주합니다. "어떤 색인가요? 전 밝은색이 좋습니다. 사이즈는요?"
이광석
브랜드 컨설턴트
2023-09-01
기업, 고객, 문화를 매료시킨 하이볼 인기의 3박자
*이 글은 외부 필자인 이광석님의 기고입니다. 하이볼 전성시대입니다! 저는 한 10여년 전 가로수길의 한 이자카야에서 하이볼을 처음 마셔 봤습니다. 그때 '일본의 대중적인 칵테일'정도로 소개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하이볼은 흔히 아는 것처럼, 위스키에 탄산수를 타서 레몬 슬라이스를 넣어 마시는 가벼운 칵테일의 한 종류입니다. 18세기 영국에서 인공 탄산수를 만드는 법이 개발되면서 상류층 사이에서 브랜디에 탄산수를 타서 마시던 것이 시작이었고, 이것이 미국으로 건너가 기차에서 위스키앤소다 형태로 제공되면서 크게 유행하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일본을 비롯해 위스키를 많이 마시는 국가들을 중심으로 하이볼이 전파된 것이 아닐까 추측해봅니다. (참조 - 하이볼, 맥주보다 '시원', 어디서 왔니?) 유래만큼이나 하이볼이라는 이름도 재미있는데요. 열차와 관련이 있습니다. 19세기에는 열차의 발차신호가 끈에 공을 매달아 띄우는 방식이었다고 합니다.
이광석
브랜드 컨설턴트
2023-07-13
'브랜드가 산으로 가고 있다'.. 스스로 문제를 진단해 볼 수 있는 체크리스트 5가지
*이 글은 외부필자인 이광석님의 기고입니다. 종종 스타트업의 브랜드 컨설팅 의뢰를 받습니다. 창업 준비 스테이지부터 상장을 앞둔 회사까지 다양한데요. 이번 글은 제가 클라이언트와 컨설팅하는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짚었던 문제의식을 정리했습니다. '브랜딩을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보다는 브랜딩에 뭔가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느낄 때, 스스로 진단해 볼 수 있는 체크리스트 5가지를 소개합니다. 1. '던바의 수', 브랜딩을 하고 있었다는 착각 창업 초기에는 창업자가 곧 브랜드입니다. 그가 그동안 쌓아온 생각, 행동, 말이 곧 자연스럽게 회사의 이미지를 형성합니다. 서너 명으로 이루어진 팀이 매일같이 생각을 공유하기 때문에 구성원이 회사의 방향과 철학을 대체로 일관되게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딱히 브랜딩 활동을 의도적으로 하지 않았는데 고객이 회사의 아이덴티티를 명확하게 인지하다 보니 착시효과가 일어납니다. 창업 초기 고객은 크게 두 부류입니다. 대표 및 구성원의 지인, 대표가 직접 발로 뛰며 만난 업계 사람들, 그리고 SNS를 통해 연결된 사람들이 1차 고객, 이들을 통해 바이럴된 사람들인 2차 고객입니다. 이들은 대개 창업자를 알고 있거나 가까운 거리에서 활동을 지켜보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창업자가 투영된 브랜드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새로운 메시지도 기꺼이 들어줄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주변의 지인 몇 명이 "브랜드 굿즈도 만들어주세요"라고 말합니다. 창업자는 생각하죠. '아, 고객이 우리 브랜드를 좋아하는구나' 그래서 티셔츠를 한 100장 만듭니다만 반도 팔리지 않습니다.
이광석
브랜드 컨설턴트
2023-04-13
빵을 좋아하는 14살 조카가 지금부터 빵집 창업을 준비해야 하는 이유
*이 글은 외부필자인 이광석님의 기고입니다. 고슴도치의 브랜딩 저에겐 고슴도치 조카가 있습니다. 고슴도치는 주로 제 자식을 빗댈 때 쓰는 말이지만 저는 지인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로 조카 사랑이 좀 유별난 사람입니다. 글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될 조카의 몇 가지 특징을 말하자면, 올해 14살이고 경기도 한적한 산 중턱에 살며 어릴 적부터 대안 교육을 받고 자랐습니다. 빵, 향신료, 발효음식을 특별히 좋아하며 1년에 책을 약 5-600권 읽습니다. 독서량이 이쯤 되면 몇 권을 읽는지 세지 않더라고요. 그냥 5분만 시간이 비어도 책을 폅니다. 우리가 습관적으로 핸드폰을 여는 것과 비슷하다고 보면 됩니다. 그래서인지, 소위 말해 저와 대화가 됩니다. 조카를 비롯한 누님 가족과 주말 아침 브런치를 먹기 위해 경기도 외곽에 위치한 베이커리 카페를 갔습니다. 요즘 한창 트렌드로 떠오르는 '도심 근교 대형 카페'입니다. 3개 동으로 이루어진 이곳은 베이킹룸과 대형 취식공간은 기본이고 정원, 식물양호실, 쿠킹스튜디오, 서점, 다이닝 대관룸, 대형 주차장을 갖추고 있습니다. 카페라기보다 작은 테마파크에 가깝습니다. 겉모습이 화려한 대형 카페는 맛이 없다는 편견을 깨고 이곳의 빵과 커피는 맛도 훌륭합니다. 오픈과 동시에 사람들 발길이 끊이지 않는 핫한 카페이나 주말 아침 오픈런을 한 덕에 꽤 여유롭게 빵과 커피를 주문하고 자리를 잡았습니다. 누님 댁은 집에서 식사 빵을 직접 구워 먹는데요.
이광석
브랜드 컨설턴트
2023-03-15
요즘 잘나가는 회사들의 HR.. 원티드 HR콘퍼런스를 다녀와서
*이 글은 외부필자인 이광석님의 기고입니다. 인사팀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직원들 사이에서는 우스갯소리로 인사팀은 입사할 때 1번, 퇴사할 때 1번 만난다고들 합니다. 기업의 대표나 리더가 입버릇처럼 '인사가 만사'라고 말합니다. 맞습니다만 왠지 '뒷전'이라는 느낌을 감출 수 없습니다. 매 순간 성장을 증명해야만 비로소 생존할 수 있는 스타트업에서 인사에 투자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도 한편 이해는 가고요. 마케팅을 우선하든 인사를 우선하든 CEO의 선택이겠습니다 다만 조직문화가 중심이 되는 HR은 창업의 시작인 Day1부터 선택하지 않으면, 뒷전으로 두면 둘수록 투자효과가 떨어질 수 있음은 명심해야겠습니다. 지난 1월 27일(금)에 HR테크기업 '원티드'의 주최로 코엑스에서 열린 'Wanted con. HR 2023 하이파이브'에 다녀왔습니다. (참조 - Wanted con.HR 2023 하이파이브) 1800장의 티켓이 금세 동나서 운영 방침을 조정하는 공지 메일이 수 차례 왔습니다. 잘 드러나지 않던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이 모습을 드러내니 주최 측도 많이 당황한 모양입니다.
이광석
브랜드 컨설턴트
2023-02-15
성공하려면 브랜딩을 잘해야 한다고요? 오해입니다
*이 글은 외부필자인 이광석님의 기고입니다. 행복이 뭐라고 생각하나요? 온갖 생각이 떠오르지만 콕 집어 이겁니다! 라고 답하기 어렵습니다. 저마다 기준도 다를 것이고요. 브랜딩은 뭐라고 생각하나요? 또 한 번 말문이 막힙니다. 시중에 브랜딩 관련 책과 콘텐츠가 넘쳐나고 너도나도 브랜딩의 중요성을 이야기합니다. 잘나가는 스타트업 대표가 성공의 이유로 '브랜딩'을 꼽습니다. 어느 날 대표님이 우리도 브랜딩 좀 해보자고 말합니다. 책을 몇 권 사서 읽어봅니다. 보는 내내 아~ 하며 고개를 끄덕이지만 책을 덮고 나면 뭐부터 해야 하는 건지 감이 오지 않습니다. 브랜딩, 알겠는데 모르겠습니다. 행복해 보이는 사람이 TV에 나와서 행복하려면 많이 웃으라고 합니다. 따라 웃어봅니다. 전혀 행복해지지 않죠. 왜일까요? 흑백 TV 시절에 컬러 TV가 출시되면 잘 팔립니다. 뚱뚱한 브라운관TV만 있던 시절에 얇은 PDP TV는 그야말로 혁신이었습니다. 이제 화질 경쟁을 합니다. PDP는 자취를 감추고 오늘날 우리의 거실은 LCD 또는 OLED TV가 장악했습니다. 컬러에서 두께로, 두께에서 화질로 옮겨가며 기술이 발전합니다. 기업은 기존보다 나은 기술을 개발하는 데 비용을 투자하여 양산에 성공하면 기술의 우위를 알려 제품을 판매합니다.
이광석
브랜드 컨설턴트
2022-12-14
예약제 운영에 숨어있는 '두 마리 토끼 잡기' 전략
*이 글은 외부필자인 이광석님의 기고입니다. "40년간 공개되지 않은 비밀의 화원" 위 문구를 보면 어떤 생각이 떠오르나요? 아, 좀 더 상황을 좁혀서 제시해보죠. 제주 여행을 일주일 앞둔 당신의 인스타그램에 위와 같은 이미지와 함께 40년간 단 두 사람만의 정원이었던 곳을 한 달만 오픈한다고 하면 어떻게 할 것 같나요? 콘텐츠를 발견했을 당시 저는 제주 여행 계획이 없어 주변 지인에게 소개만 했습니다. 그러다가 10월 갑작스레 제주 여행을 가게 되었는데요. 가을에 한 차례 더 팝업이 열린다는 소식에 높은 경쟁률(?)을 뚫고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사진 속 화원은 제주의 '부영농장'이라는 곳입니다. 올 7월 초로 기억합니다. 가까운 지인이 링크를 보내면서 이곳에 꼭 가야 한다더군요. 저는 최근 5년간 제주에 살았습니다. 어지간해선 제주에 새롭게 생긴 공간이나 콘텐츠에 관심이 가지 않습니다. 눈을 요렇게(-.-) 뜨고 지인이 준 링크를 살펴보니 꽤나 신선한 콘텐츠더군요. 무엇보다 흥미로웠던 것은 이곳을 방문하는 방법이었습니다. "팝업 네이버 예약은 7월 11일 월요일 저녁 6시부터입니다"
이광석
브랜드 컨설턴트
2022-11-18
알아서 잘 팔리는 '마이 브랜드'는 어떻게 탄생할까
*이 글은 외부필자인 이광석님의 기고입니다. Scene #1 3개월 뒤에 먹는 떡볶이 떡볶이를 참 좋아합니다. 저뿐 아니라 우리나라 사람들의 소울푸드죠. 저는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집에서 만들어 먹을 정도로 떡볶이 요리에 나름 일가견도 있(다고 믿)습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쌀을 방앗간에 가져가 가래떡으로 한 상자 뽑아서 냉동고에 쟁여두곤 했습니다. 일 년 치 재료를 미리 준비하는 저는 떡볶이에 정말 진심입니다. 요즘은 쿠팡이나 마켓컬리에서 밀키트로 된 떡볶이를 사 먹습니다. 재료의 퀄리티는 조금 떨어지지만 방앗간에서 떡을 뽑아오는 불편함을 생각하면 썩 괜찮은 선택지입니다. 얼마 전 지인이 기가 막히게 맛있는 떡볶이를 발견했다며 톡으로 구매 링크를 보냈습니다. 어디 얼마나 대단한지 한번 보자 하고 링크에 접속합니다. 구매 페이지나 패키지를 보니 겉모습에 그리 공을 들이진 않았습니다. 지인의 추천이 아니었다면 스윽 둘러보고 나갔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부족함과 겸손함, 덜한 것과 덜어낸 것은 얼핏 보면 한 끗 차이죠. 6000원대의 저렴한 가격이니 속는 셈 치고 하나 구매해보려고 주문 상세페이지를 들어갔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출고 가능한 날짜를 알리는 달력이 이미 두 달을 훌쩍 넘겼기 때문입니다.
이광석
브랜드 컨설턴트
2022-09-07
SSG 유니버스에 안착하기 위한 스타벅스의 '좋아하는 걸 좋아해'
*이 글은 외부필자인 이광석님의 기고입니다. 변화하는 데는 이유가 있겠죠. 그렇지만 이건 좀 아니잖아요? 2주 전쯤이었을 겁니다. 출근을 하려고 지하철을 타러 가다가 스타벅스 앞에서 갑자기 멈춰서야 했습니다. 커피가 당겼던 건 아니고요. 매장 외부 유리창에 붙은 캠페인 슬로건 때문입니다. '좋아하는 걸 좋아해' 네? 뭐라고요? 여기가 스타벅스가 맞는지 고개를 들어 간판도 다시 확인했습니다. 커피 향도 아니고 짧은 문구 하나가 출근길 바쁜 사람을 붙잡았습니다. 스타벅스에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요? 슬로건에 대한 이야기는 잠시 후에 하기로 하고 스타벅스가 얼마나 대단한 브랜드인지 새삼 감탄했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스타벅스 매장의 외부 유리창에 홍보물이 붙은 걸 본 적이 없습니다. 브랜드 가이드인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제3의 공간'을 만든다 할 정도로 공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브랜드이니 그럴 수 있겠다는 짐작입니다. 제가 알던 스타벅스라면 깨끗한 유리창 너머로 공간이 훤히 보여야 하는데 시야를 가리는 작은 변화가 생긴 건데요. 사소한 변화인데 저도 모르게 감지했으니 스타벅스의 일관된 브랜딩에 감탄했던 것입니다. 쓱타벅스가 된 스타벅스 저만 그랬던 건 아닌가 봅니다. 개인 SNS 피드에 변화를 알아차린 사람들의 불만이 올라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비난이 번져나갑니다. 스타벅스를 검색하니 벌써 관련 기사도 제법 뜹니다.
이광석
브랜드 컨설턴트
2022-06-30
호텔 vs 맥주, 소비자 관여도 차이에 따른 브랜딩 전략은 어떻게 다를까
*이 글은 외부필자인 이광석님의 기고입니다. 호텔 방을 팔았습니다. 2018년 제주에서 시작한 일이죠. 4년이 지난 지금 저는 서울에서 맥주를 팔고 있습니다. 회사에서 제 역할은 그때나 지금이나 동일합니다. 브랜딩과 마케팅을 수단으로 상품을 지속적으로 잘 팔리게 하는 일입니다. 파는 상품이 호텔에서 맥주로 바뀐 후, 6개월 정도는 혼란의 시기를 겪어야 했습니다. 일을 하면서 개운치 못한 순간들이 많았고 그럴 때마다 퇴근길에는 오늘을 곱씹어야 했습니다. 여행을 준비해 본 분들이라면 대부분 공감하실 텐데요. 고객이 여행지의 호텔을 예약할 때 길게는 수개월 전부터 탐색을 시작해서 한 도시의 숙소 대부분이 비교 대상에 오릅니다. 그에 비해 맥주는 퇴근길에 집 앞 편의점에 들러 구매할 정도로 즉흥적이고 즉시적입니다. 편의점에 들어선 후에도 냉장고를 10초쯤 탐색하려나요. 탐색부터 구매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이 매우 짧습니다. 재화나 서비스를 구매할 때 소비자가 정보탐색에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는 정도를 '소비자 관여도'라고 합니다. 호텔과 맥주, 소비자 관여도가 극과 극에 있는 두 상품을 브랜딩 또는 마케팅을 하면서 겪게 된 혼란이었던 거죠. 이번 글에서는 고관여 상품인 호텔과 저관여 상품인 맥주를 팔면서 깨달은 것들을 고객 관점에서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호텔은 왜 예약하고 맥주는 왜 마시는 걸까 여행지 호텔의 본질적 니즈는 여행을 위한 쉼입니다.
이광석
브랜드 컨설턴트
2022-05-12
코로나 시대의 외로움 비즈니스, BAR
*이 글은 외부필자인 이광석님의 기고입니다. 에스프레소 BAR의 유행이 심상치 않습니다. 뜨아와 아아로 양분된 커피 시장에 쓰디쓴 에스프레소가 비집고 들어와 한 자리를 차지하려는 모양새입니다. 제가 다니는 회사 근처에도 유명한 에스프레소바가 있는데요. 이름은 '리사르 커피'입니다. 3평쯤 될까요. 좁은 공간에서 한 잔에 1500원짜리 커피를 파는 에스프레소 전문점입니다. 덕분에 우리 회사는 리세권이라 불리기도 하죠. 출근길에 들르면 바쁜 직장인들이 가게 오픈 전부터 줄을 서 있습니다. 점심시간에 들러도 가게 밖으로 족히 스무 명은 줄지어 서서 입장을 기다리고요. 테이블에 기대서서 한 명당 두세 잔씩은 마시는데 그래봤자 아메리카노 한 잔 값이니 부담이 없습니다. 주로 혼자나 둘이 와서 서서 마시다 보니 회전은 또 얼마나 빠른지 줄이 금세 줄어듭니다. 줄 서서 오가는 이야기들도 이렇습니다. "오우야 가 봤어? 바마셀 가 봤어? 난 OOO가 좋더라" 에스프레소의 유행을 이야기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최근 몇 달간 다녀온 곳들의 사진을 정리하다 보니 BAR 형태의 공간이 많았는데요. '왜 요즘 주변에 BAR가 많은 걸까?' 라는 물음이 생습니다.
이광석
브랜드 컨설턴트
2022-02-18
마케팅하다 현타 온 전직 브랜드 디렉터의 깨달음! 마케팅과 브랜딩의 차이는 뭘까요?
*이 글은 외부필자인 이광석님의 기고입니다. "이 집 브랜딩 끝내주네" 며칠 전 제주에 사는 지인이 서울의 프릳츠 커피를 방문한 후 인스타에 올린 한 줄 평입니다. 제주에 살면 프릳츠 커피를 접하기가 어렵습니다. 서울 사람들에게 프릳츠 유명한 거야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만 제주에 5년간 살다 온 저로써는 제주도민의 '시간 차 인증'이 새삼스럽지는 않습니다. 그것보다는 "커피가 맛있네", "공간이 멋지네"도 아니고 브랜딩이 끝내준다고 한 것이 재밌습니다. 지인은 브랜드 관련 종사자는 아닙니다. 여러분도 공간이나 서비스를 접한 후에 브랜딩에 대한 평을 해본 적이 한번쯤은 있지 않나요. 일상에서 '브랜딩'을 언급하는 것이 새삼스러운 일이 아닌 요즘입니다. 2000년대 초중반부터였을까요. '디자인'이 일상어가 되기 시작했죠. 기업들은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를 수상하는 것에 혈안이었고 고객들은 디자인의 이모저모를 수준 높게 평가할 수 있었습니다. 그것과 비슷한 흐름으로 요즘은 브랜딩이 일상어가 되었습니다. 디자인과 브랜딩은 제품 또는 서비스가 고객과 만나는 접점에서 구매를 이끌어내는 수단이라는 동질성이 있죠. 고객들은 제품이나 서비스에 국한되지 않고 기업의 활동에도 귀 기울입니다. 그런 점에서 마케팅도 브랜딩과 다르지 않습니다.
이광석
브랜드 컨설턴트
2021-12-07
내 친구는 왜 써본 적도 없는 브랜드를 열심히 추천할까?
*이 글은 외부필자인 이광석님의 기고입니다. 구매하지 않는 브랜드를 지인에게 추천한 적이 있나요? 지인과 대화를 하다가 면도기 구독 서비스 '와이즐리'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지인은 창업스토리부터 제품을 만드는 과정, 마케팅, 브랜딩 활동에 이르기까지 꽤나 다양한 정보를 알고 있었는데요. 최근의 일이죠. 와이즐리가 자사 제품에 불만을 남겼던 고객들에게 신제품을 증정하는 캠페인을 진행했습니다. 고객의 후기가 날 것 그대로 인쇄된 패키지를 공개하기도 했죠. 절삭력이 좋지 못하다는 고객의 후기를 통해 제품을 개선하고 이를 솔직하게 커뮤니케이션 함으로써 진정성 있는 태도를 보여주었습니다. (참조 - 와이즐리는 어떻게 광고비 줄이고도 매출을 2배나 성장시켰나?) (참조 - CX 잘하기로 소문난 와이즐리가 고객을 대하는 법) 마침 면도기를 바꿔야 해서 제품이 괜찮으면 바꿀 요량으로 왜 추천하는지 물었습니다. 돌아온 대답은, 구매해 본 적은 없지만 브랜드의 진정성 있는 태도가 마음에 든다고 했습니다. 지인이 와이즐리의 '핵심' 타겟은 아닐 것입니다. 여성이거든요. 본인은 구매하지 않지만 주변의 남성 지인들에게 와이즐리를 종종 추천한다고 했습니다. 지인은 왜 써본 적도 없는 브랜드를 추천하는 데에 열심일까요? 아니 그보다, 쓰지 않을 브랜드에 왜 그리 관심을 갖게 된 걸까요?
이광석
브랜드 컨설턴트
2021-11-01
브랜딩을 시작하려거든 '브랜드 헌법'부터 제정해야 합니다
*이 글은 외부필자인 이광석님의 기고입니다. 브랜딩, 뭐부터 해야 하지? 초기 회사가 브랜딩을 시작하려고 할 때 대표는 혼란스럽습니다. 주변에 잘 나가는 브랜딩의 사례와 인사이트는 줄줄 꿰고 있고 있지만 막상 내 것을 만들려고 하니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합니다. 결과물이나 현상을 디깅하여 인사이트를 뽑는 것과 제로베이스에서 쌓아 올려 결과물을 만드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죠. 영화 평론가가 영화를 -만들지도 않을뿐더러- 잘 만들 수는 없는 것과 비슷합니다. '평론가는 실패한 창작자'라고도 하죠. 브랜드를 주요하게 다루는 회사에는 BM이라는 포지션을 둡니다. Brand Manager인데요. 이들에게 무슨 일을 하는지 물어보면 대개 비슷한 대답이 돌아옵니다. "거의 전부요"라고 말이죠. 브랜드의 기획부터 제품 출시/관리, 홍보, 마케팅 등 한 브랜드의 생애주기를 총괄 관리하는 사람을 일컫는 것이니 맞는 말입니다만 여전히 그래서 브랜딩을 뭐부터 해야 하는가에 대한 실마리는 오리무중입니다. 이런 대답도 있었습니다.
이광석
브랜드 컨설턴트
2021-10-15
왜 사람들은 농담을 던지는 브랜드에 돈을 지불할까?
*이 글은 외부필자인 이광석님의 기고입니다. 변기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1917년의 일입니다. 뉴욕에 사는 한 프랑스 청년이 모트 아이언 웍스(Mott Iron Works)라는 배관 전문 업체에서 소변기 하나를 구입합니다. 그는 자신의 작업실에 소변기를 가져와 <R. mutt 1917>라 서명한 뒤 뉴욕 독립예술협회에서 주최하는 앙데팡당전에 <샘, Fountain>이라는 이름으로 출품합니다. 길가다 구입한 소변기가 예술작품이 될 수 있을까요? 그는 '이제 미술은 더 이상 어떤 대상을 평평한 캔버스 위에 재현하거나 혹은 인간의 감정을 다양하게 표현하는 방식이 아니라, 기성 제품에 사인을 함으로써 일상적인 사물이 예술 작품이 된다'고 말했습니다. <샘>을 본 관람객들은 당황했고 비평가들은 조롱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전시위원회는 <샘>의 전시를 금지하는 결정을 내립니다. 이후 작품은 누군가에 의해 파손되었다는 루머와 함께 자취를 감추는데요. 배고픈 예술가가 평단의 주목받고자 벌인 해프닝이었을까요? 2004년 12월 1일, 영국의 권위 있는 미술상인 '터너상' 시상식에서 20세기 100년간 가장 위대한 작품에 마르셀 뒤샹(Marcel Duchamp, 1887~1968)의 <샘>이 선정되었습니다. 출품 당시 조롱과 비판을 받았던 <샘>은 87년 후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현대미술 작품이 되었습니다. <샘>이 예술적으로 어떤 가치를 인정받았기에 최고의 작품의 반열에 오른 걸까요? 뒤샹에 의해 전시장에 '놓인' <샘>은 '개념'이 예술의 증거물입니다.
이광석
브랜드 컨설턴트
2021-09-29
'간판'은 두 번 바꾸는 겁니다.. '간판'으로 보는 브랜딩 전략
*이 글은 외부필자인 이광석님의 기고입니다. 가게 오픈 준비의 화룡점정은 간판입니다. 기나긴 준비 여정에서 간판이 올라가는 순간에 가장 설렜던 기억이 먼저 나는데요. 한편으론 비장해지기도 합니다. 간판이 달리면 비로소 '이제 진짜 시작이구나'라는 생각이 드니까요. 간판은 세 가지의 기능을 하는데요. 첫째, 첫인상, 둘째, 정보 전달, 셋째, 포토존입니다. 그런데 요즘은 (실물) 간판의 효용가치가 예전만 못합니다. '요즘 힙한' 카페들을 가보면 건물 귀퉁이에 누가 알아볼까 싶을 정도로 간판이 작게 걸려있거나, 을지로엔 간판이 아예 없는 가게도 있습니다. 인스타그램에서 검증을 마치고 좌표를 찍고 찾아오는 손님을 위한 가게인 거죠. 상권의 유동인구보다는 인스타그램의 유저를 겨냥하기 때문에 (실물)간판의 정보전달 기능은 고려하지 않은 것이죠. (실물)간판은 '당신이 찾아온 곳이 바로 여깁니다' 정도의 기능만 하면 됩니다. 오프라인 간판이 사인물이라면 온라인 간판은 인스타 프로필입니다. 2018년 1월 첫 방송을 한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4년째 장수하는 프로그램답게 재미와 감동이 잘 버무려져 있습니다. 문은 열려 있는데 손님이 찾지 않는 가게, 사장님은 얼마나 침통할까요. 백종원 대표는 문제를 진단하고 솔루션을 내놓습니다. 하지만 사장님은 관성을 벗어나는 것이 쉽지 않아 보이는데요. 그때마다 백 대표는 벼락같은 호통도 마다 않습니다. 그가 대노하는 포인트는 언제나, 사장님의 잘못된 '태도'입니다. 결국은 음식과 손님을 대하는 태도에 장사의 성패가 달려있다는 진리에 우리는 어김없이 고개를 끄덕입니다. 이후 가게의 매출만 오를까요?
이광석
브랜드 컨설턴트
2021-09-09
제주는 왜 네임드 브랜드들의 격전지가 되었나
*이 글은 외부필자인 이광석님의 기고입니다. "대기줄이 5km나 돼요. 와, 제주 살면서도 이렇게 긴 줄은 처음 보네요" 며칠 전, 카톡방으로 날아든 제주 사는 지인의 메시지입니다. 커피계의 애플이라는 '블루보틀'이 서울을 벗어나 출점하는 첫 도시로 제주를 선택했습니다. 한국 첫 지점인 성수점이 그랬던 것처럼 블루보틀 제주점은 첫날부터 35도의 폭염이 무색하게 '줄 세우기'를 시전하며 '침착하지만 무자비하게' 오픈을 알렸습니다. 제주에 카페투어라는 여행 트렌드를 만들어 낸 장본인은 2010년 즈음부터 폭발적으로 유입되기 시작한 젊은 이주민들이었습니다. 올레길이 판을 깔고 가수 이효리가 북을 울렸는데요. 제주는 오랜 세월 해안도로를 끼고 상권이 형성되어 왔습니다. 여행자에게 바다 '뷰'는 진리이기 때문이죠. 2007년 올레길(제주방언으로 좁은 골목이라는 뜻)이 생겨남으로 인해 여행자들은 제주의 정취가 담긴 돌담길이라는 새로운 '뷰'에 눈을 뜨게 되는데요. 번화한 상권과 멀리 떨어져 있다 보니 이곳의 연세(제주는 연 단위로 세를 받는다)는 월세가 아닐까 의구심이 들 정도로 낮았습니다. 자, 제주스러운 동네 분위기와 낮은 임대료, 이제 누군가 뽐뿌를 넣어주면 될 터인데 그때 이효리가 제주로 전격 이주합니다. 이효리 효과는 대단했습니다. 3040세대의 이주 러시가 시작됩니다. 제주는 매월 1,000명이 넘는 거주 인구가 유입되었고 10년간 10만명이상 증가하여 도내 인구는 70만명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2010년 즈음 생긴 '카페 봄날'은 제주 카페 르네상스 1세대 격이며 한담해변의 터줏대감입니다.
이광석
브랜드 컨설턴트
2021-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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